가. 수출관련정책
1980년대 후반까지 계속적으로 증가했던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의 주요 세계시장 점유율이 1990년대 들어서면서 점차 떨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이 선진국의 수준에 뒤지며 중국 등 후발 개발도상국에 의하여 주요 수출시장을 잠식당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라 다음과 같은 수출지원정책의 기본방향을 설정하였다.
첫째, 무역관련 제도를 국제규범에 일치시키고 수출지원제도를 선진화해 나간다. 당시의 수출입관련 제도는 관리 및 규제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서 경제의 개방화에 따른 무역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데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에 따라 수출승인제도나 수출추천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한편, 통관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작업을 추진하였다. 수출지원과 관련하여, 국제규범의 제약을 받는 직접 지원제도 보다는 수출보험제도의 강화 등 간접 지원제도를 확충해 나갔다.
둘째, 수출상품구조를 중화학, 기술집약적 제품위주로 고도화하는 한편 경공업 제품도 고부가가치화를 모색한다. 이를 위하여 부가가치가 높고 수출유발효과가 큰 자본재 및 부품소재의 수출기반 확충을 모색하였는데, 특히 대외협력기금 및 연불수출금융의 활용을 통하여 동남아국가에 대한 플랜트 수출을 지원하였다. 또한, 기존의 주력 수출품목들도 세계 일류제품 수준으로 제고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 및 디자인개발 활동을 지원하였다.
셋째, 품질, 독자브랜드 등 비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킴으로써 독자적인 해외마케팅 체제를 갖추어 나간다. 이를 위해 가장 중점을 둔 시책은 고유상표 제품의 수출이었다. 급속한 수출증대 과정에서 생산기반은 상당히 확보되었으나 고유상표와 유통망 등 독자적인 해외마케팅 기반이 부재하여 대외 여건의 변동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다는 인식하에 이러한 정책방향이 설정되었다.
나. 수입관련정책
한국은 1990년부터 GATT 18조 B항의 원용을 중단하고 1997년까지 잔존 수입규제의 단계적 철폐를 추진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수입자유화율이 최초로 의미를 가지는 것은 1967년 GATT에 가입하면서 채택된 네거티브 리스트 시스템에 의하여 수출입기별공고가 실시된 이후부터다. 수입자유화는 1979년 제2차 석유파동으로 일시적으로 정체되었으나 1980년대 초반 개방정책이 실시되면서 본격적으로 확대되었다. HS 6단위를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의 수입자유화율은 1981년 74.7%, 1988년 95%로 상승하였고, 1993년 98%, 1996년에는 99% 수준으로 개선되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였다.
수입자유화 정책의 주요 원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매우 높거나 매우 낮은 경쟁력을 지닌 품목의 수입을 우선적으로 자유화한다. 이는 수입자유화를 하더라도 이들 품목과 관련한 산업에 대한 영향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국내수요가 미미하고 향후 관련 국내산업의 발전이 예상되지 않는 산업관련 품목을 우선적으로 개방한다. 셋째, 수입자유화를 통하여 해당산업 또는 연관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는 산업을 우선적으로 자유화한다. 넷째, 독과점 산업으로서 개방을 통하여 경쟁촉진이 요구되는 산업을 자유화한다.
이러한 원칙이 의미하는 바는 1980년대에 시장개방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략적 무역정책적 요소가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수입자유화율을 기준으로 할 때, 이미 제조업 분야는 거의 모든 분야가 자유화되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전략적 고려가 개입될 여지는 많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대표적인 수입규제조치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던 수입선다변화제도가 단계적으로 축소되었는데, 1996년 다변화품목이 162개에서 127개, 1997년에는 113개로 줄어들었으며 1999년 6월말에는 완전 철폐되었다.
지나친 대일 무역적자를 막고 국내산업을 보호할 목적으로 1977년부터 시행되어 온 수입선다변화제도는 국산품의 경쟁력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한편 대일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에 동 제도의 폐지는 대일 무역수지의 불균형은 물론, 일본이 우위에 있던 전자․기계․자동차 분야의 국내산업 기반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우려 되었다. 그러나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국내기업들의 시장개방에 대비하고 수출시장을 겨냥한 투자확대, 신기술개발에 매진함으로써 많은 품목들이 세계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본시장의 개방으로 인해 일본제품의 국내수입이 용이해 지면서 시장가격이 떨어지고 제품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며, 경쟁에 의한 품질향상, 서비스 개선 등으로 소비자 후생도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다. 무역관련제도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의 종결과 함께 이를 반영하기 위한 무역관련제도의 개편이 이루어졌다. 구체적으로 1995년까지 총 24개 국내법을 개정함으로써 WTO 협정을 국내제도에 수용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수량규제와 관련하여 GATT 18조 B항에 의거하여 공산품과 농산물에 대하여 실시하고 있던 수량규제조치를 상당 폭 감소시켰다. 그 결과 1996년에는 수량규제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 제품이 HS 10단위를 기준으로 81개 품목으로 줄어들었다. 한편, 수입조치와 관련하여 관련규제를 통합공고에 종합하여 공포함으로써 투명성을 제고하였으며, 수입추천제도 등 수입규제적 성격이 강한 제도를 폐지하였다.
관세와 관련하여 무엇보다 특기할 것은 UR 협상 이전 7%에 불과하던 관세양허 비율을 91.2%로 증가시켰으며, 양허스케줄의 목표시한인 2004년을 기준으로 양허관세율을 평균 8.2% 수준으로 인하시켰다. 이러한 관세인하정책에 대한 보완책으로 조정관세제도를 통하여 국내산업의 피해에 대비하였는데, 1995년을 기준으로 HS 4단위 기준 34개 품목에 대하여 조정관세를 부과하였다.
이와 함께, UR 협상의 결과를 반영하고 무역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였다. 「약사법」, 「공산품 품질관리법」 등 46개 개별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던 허가, 검사, 형식승인 등과 관련한 수입허가절차를 간소화하는 한편, 수출승인제도 및 수출추천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갔다. 또한, 국제규범상 문제가 있는 수출지원제도를 정비하는 동시에 수출보험과 같은 간접적 지원방안을 강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