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과학혁명이 실험실이 아닌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면서 정부의 역할을 줄이려는 노력이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졌다. 전후의 실험을 통해 정부의 역할은 결국 보이지 않는 비효율성(X-비효율)을 가져오며 공기업에 의한 도덕적 해이가 매우 큰 경제적 비용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도 1970년대까지의 중화학공업화를 통해 공업구조의 고도화를 어느 정도 달성한 후 1980년대 들어와 남아 있던 대규모 공기업의 경영능률 제고와 누적적자 해소, 국민부담의 가중 해소를 위해 이들 대규모 공기업을 민간에게 경영권을 넘겨주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확대되었다. 또한 당시 남아 있던 공기업이 대규모 기업이어서 이들 공기업의 주식매각은 금융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나아가 1980년대 후반 사회복지정책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이를 위한 정부재원의 마련도 시급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었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정부가 가진 지분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1987년 6월 17일 정부발표 당시 정부는 공기업을 2분류하여 첫째, 이미 매각에 대한 기본방향 협의가 끝난 공기업, 둘째, 여전히 추가협의가 필요하지만 매각원칙은 확정된 공기업으로 나누어 발표했다.
이미 매각에 대한 기본방향 협의가 끝난 공기업은 다시 완전매각공기업과 부분매각공기업으로 나누었는데 이들 공기업의 매각기본방향과 시기, 매각방법은 다음과 같다.
가. 완전매각으로 결정된 기업
증권거래소, 외환은행, 한국감정원, 국민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기술개발이 완전매각기업으로 결정되었다. 이들 공기업의 매각시기 및 방법을 개별적으로 보면 증권거래소와 외환은행은 1987년 하반기에 매각하되, 증권거래소는 증권회사에, 외환은행은 정부지분을 한국은행에 일단 매각하고 1988년에 한국은행이 일반공모 방식으로 다시 매각하기로 하였다. 한국감정원, 국민은행, 중소기업은행은 모두 1988년에 매각하기로 하되, 한국감정원은 기존주주인 시중은행 등에 매각하기로 하였고, 국민은행, 중소기업은행은 공모주 방식으로 일반에게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기술개발은 1989년 상반기에 매각하되 기존주주인 민간기업에 매각하기로 하였다.
나. 일부매각하기로 결정된 공기업
일부매각하기로 결정된 공기업은 한국전력과 포항제철이었다. 이들 공기업들의 매각시기 및 방법을 보면 한국전력은 1988년부터 매각을 하되 공공성이 강하므로 연 5% 이상씩 천천히 단계적으로 매각하기로 하였다. 이에 반해 포항제철은 역시 같은 1988년부터 매각을 시작하되 연 10% 이상씩 공모주 방식으로 일반에 매각하여 보다 속도를 빠르게 하기로 하였다.
다. 추가협의가 필요하다고 발표된 공기업
추가협의가 필요하다고 발표된 공기업의 각각 매각기본방향과 시기, 매각방법은 다음과 같다.
1) 국정교과서는 완전매각으로 기본방향이 결정되었는데 1990년부터 단계적으로 매각하는 안과 1988년에 매각하는 방식이 고려되고 있다고 발표되었다.
2) 통신공사는 일부매각 방침으로 결정되었지만 매각방법에서 역시 2개의 안이 고려중이라고 발표되었다. 1안은 국제통신사업부문만을 분리하여 1989년부터 단계적으로 매각하고 국내통신사업부문은 1990년대 중반 이후에 민영화하는 방안이고, 2안은 국제부문을 분리하지 않고 현재의 공사형태로 1988년부터 단계적으로 매각하는 방안이었다.
이상의 정부 공기업 민영화를 시행할 경우 정부가 1987년 하반기부터 1989년까지 매각할 정부지분규모는 장부상 자기자본 기준으로 완전매각이 총 4,158억 원, 일부매각이 총 9,767-13,862억 원에 달했다. 이를 연도별, 기관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가. 1987년
증권거래소 486억 원, 외환은행 161억 원, 종합화학 6억 원이었다.
나. 1988년
1988년에 매각될 공기업은 완전매각과 일부매각 공기업이 있는데, 우선 완전매각 공기업 5곳의 매각규모를 보면 국정교과서(2안으로 계산함)가 87억 원, 국민은행이 796억 원, 중소기업은행이 2,495억 원, 한국감정원이 33억 원, 종합화학이 10억 원으로 총 3,421억원이었다. 일부매각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1988년 매각분(5%) 2,335억 원, 통신공사(2안으로 계산함)가 1988년분(5%) 1,758억 원, 그리고 포항제철 1988년분(10%) 1,581억 원으로 총 5,674억 원에 달했다.
다. 1989년
우선 완전매각공기업인 한국기술개발의 매각금액은 74억 원, 종합화학의 매각금액은 10억 원으로 합계 84억 원이었다. 일부매각되는 한국전력의 1989년 매각분(5-10%)은 2,335-4,671억 원이며 통신공사 역시 1989년 매각분(5-10%) 매각금액은 1,758-3,517억 원으로 총 4,093-8,188억 원이었다.
백평선,《공기업 민영화: 이론과 실제》 연세대학교출판부, 2001.
한국개발연구원,《한국경제반세기 정책자료집》,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