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문제로 국제사회의 의혹과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남북한이 상호 인정하고 공존·협력한다는 의지를 담고 모든 분야에서 화해·협력할 수 있는 방도를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1991년 12월 서울서 개최되었던 〈제5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바에 따라 세 차례의 대표접촉을 진행한 결과로 공동문안에 합의했고,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1992년 2월, 평양)」에서〈남북기본합의서〉와 함께 공식 발효시켰다.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혹은 〈남북기본합의서〉)는 서문과 함께 4장 25개조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남북화해에서는 상대방체제의 인정·존중(1조), 내부문제 불간섭(2조), 비방·중상 중지(3조), 파괴·전복행위 금지, 정전상태를 남북사이의 평화상태로 전환(5조) 등이 규정되어 있다. 2장 남북불가침에서는 무력 불사용과 무력침략 포기(9조), 분쟁문제의 평화적 해결(10조), 쌍방 군사 당국자간 직통전화 설치(13조) 등이 언급되고 있다. 3장 남북교류·협력에서는 경제교류·협력(15조), 자유로운 인적왕래·접촉(17조), 서신거래·상봉 등 인도적 문제 해결대책 강구(18조), 우편·전기통신교류(20조) 등에 관해 규정되고 있다. 이밖에 합의내용의 이행을 보장하고 실행해 나갈 협의·실천기구인 분과위원회, 공동위원회 및 남북연락사무소에 관한 조항들이 각 장마다 설정되어 있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서문과 함께 6개항의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이 공동선언은 서문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를 비핵화 함으로써 핵전쟁 위험을 제거하고, 우리나라의 평화와 평화통일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며,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목적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남북은 ①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1항), ②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2항), ③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3항), ④ 한반도의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하여 상대측이 선정하고 쌍방이 합의하는 대상들에 대하여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가 규정하는 절차와 방법으로 사찰을 실시한다(4항), ⑤ 공동선언이 발효된 후 1개월 안에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를 구성·운영한다(5항)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한이 상호 인정하고 공존·협력한다는 의지를 보여준 통일장전으로서 모든 분야에서 화해·협력할 수 있는 방도를 제시하고 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원칙적 방향만을 규정하였고 법적 구속력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남북 당국 사이에 공식적인 협의와 합의를 거쳐 최초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로 남북문제의 당사자 간 해결원칙이 재확인되고, 실질적인 정부 간 대화가 복원됨으로써 기본합의서 실천의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밝다. 이제 남북한은 기본합의서 이행을 위한 노력을 보다 본격화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남북한 쌍방이 “핵무기가 없는 한반도를 만들자”는 약속을 내외에 천명함으로써 한반도를 핵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길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또한 공동선언으로 인하여 북한 측이 고수해 오던 ‘한반도 비핵지대화’라는 비현실적인 주장을 철회하게 되었고, 아울러 우리 측의 거듭된 ‘한반도 비핵화정책’을 구체화시킴으로써 한반도 평화정착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공동선언이 채택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합의내용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필요한 조처들이 두 가지 차원에서 일단 마무리되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첫째,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안전협정」에 서명·비준하고 엄정한 사찰을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전제하고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둘째, 이 공동선언의 내용에 “남북 상호사찰을 실시 한다”는 조항을 명문화하였다는 점이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물론 민족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문제가 남북한간의 공통된 주요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국제적 사찰의 수용은 물론 남북한 상호사찰의 실시에 이르기까지 합의점을 얻어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이장희 편저,《남북기본합의서의 실천방안》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1998
통일부,《남북고위급회담, 남북기본합의서 및 분야별 부속합의서 타결과정》, 1993
통일부,《남북기본합의서 채택8주년 기념 심포지엄》,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