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11월 서울에서의 제23차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이하 SCM)는 이를 전후하여 전개된 한반도와 국제질서의 변화, 즉 한소수교와 구소련의 해체,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넌·워너(Nunn·Warner) 2차보고서 의회제출, 북한의 핵개발 임박 및 한반도 비핵화 선언 등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열렸다. 제23차 SCM은 △ 북한 핵포기시까지 제2단계 주한미군 감축 유보, △ 전시지원협정(WHNS)의 체결, △ 한미간 군수·방산·기술협력문제의 협의가 진행되었다.

첫째, 제23차 SCM의 군사위원회(MC: Military Committee)에서는 1991년 이후 북한 핵개발 문제가 대두한 한반도 현실을 감안하여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 문제를 북한의 핵개발 계획과 연계하여 고려하기 시작했다. 즉, 군사위원회 본회의는 이 지역의 안보정세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그와 같은 계획과 의사가 명백하게 포기될 때까지 제2단계에서의 감축을 유보하기로 하였다.

둘째, 한·미양국은 제23차 SCM에서 감군 제2단계 기간중에 한국군의 평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한다는데 원칙적인 합의를 하였다. 이는 전시가 아닌 평시에 작전통제권은 상징적인 권한에 불과하며, 한국군은 인사와 및 군수·훈련 등 군부대 운영과 관련한 거의 모든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훈련과 작전을 위한 부대이동 정도의 몇몇 사항을 연합사령관에게 통고하고 있는데 불과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안보주권과 자주국방과 관련한 상징적인 의미를 띤 쟁점이었고 이 점에서 한미 양국은 한국군의 합참조직정비 등이 추진된 후인 1990년대 중반에 우선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셋째, 1985년 제17차 SCM에서 미측이 제안하여 체결된 ‘지시지원협정양해각서’가 23차 SCM에서는 전시지원에 대한 기본협정이 체결하였다.「전시지원협정(WHNS: Wartime Host Nation Support)」은 그 명칭이 지칭하듯 한반도 유사시 전개되는 미 증원군의 즉각적인 전투력 발휘를 보장하기 위한 전시지원(군사와 민간차원의 지원)을 원칙으로 한 포괄적인 「정책협정」으로 고거 한미 양국 군당국간에 체결된 각종 지원협정을 체계적으로 정비한 내용이다.

넷째, 제23차 SCM은 로열티 양해각서를 수정하여 한국의 방산품 생산 및 수출행정을 간소화시키고 미국에 대한 로열티 지불품목의 감소시킴과 동시에 수출 대상국 국가의 범위를 확대시켰다. 아울러 한미상호조달협정을 맺음으로써 한국이 미 국방부 조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1970년 미측이 건설한 한국 종단 송유관을 반환받음으로써 송유관에 대한 주권을 획득하였다.

제6공화국의 출범 이후, 미·소의 신데탕트와 탈냉전, 우리 정부의 적극적 북방정책의 추진과 남북한관계의 진전과 한반도 정세의 변화,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등으로 한국의 국제적 지위와 국가적 역량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으며, 이러한 변화는 함미 군사관계가 동반자적 협력관계로 발전되어 나갈 수 있는 객관적 여건을 만들어 주었다. 아울러 한국의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진전으로 고양된 민족적 자긍심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한미관계에 대한 비대칭성과 불평등성의 시정에 대한 요구가 점증하는 한편, 미국의 의회와 학계·언론에서는 한국의 방위역할 및 비용분담의 확대, 주한미군의 위상 재정립에 대한 요구가 확산되었다.

노태우 정부 시기의 한·미간 연례 안보협의회(SCM: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는 한미간 군사협력관계를 협의하고 조정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한미 안보협의회는 1971년에 그 전의 한미 국방각료회의를 확대개편, 개칭한 것으로 국방장관 수준에서 양국이 매년 교대로 개최해 왔다. 제6공화국에 들어 이 협의회는 한반도 안보정세에 대한 의견교환, 미국의 대한 방위공양 재천명 및 군사력 증강계획 발표에 집중된 과거의 관행보다는 점차 한미간의 주요 군사현안들을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협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며 나아가 한미 군사관계의 발전 방향을 공동설계하는 구도로 발전하여 갔다.

공보처,《제6공화국실록 ②》공보처, 1992
국방부,《제 23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 회의록》국방부, 1991

성신여대 산학협력단(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

2006. 12. 01

2006. 12.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