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이 성장해 온 과정은 매우 극적이어서 “신화(神話)”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은 1960년대 중반에 시작된 후 1980년대 이후에 D램을 중심으로 급속히 성장하였다. 특히, 삼성은 64K D램부터 시작하여 선진국을 급속히 추격한 후 64M D램 이후에는 세계를 주도하는 반도체업체로 부상하였다. 삼성은 1992년부터 D램에서, 1993년부터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로는 1998년부터 D램에서, 2000년부터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1위가 되었다.

1. 첨단반도체산업에의 진출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은 1980년대 초반에 삼성, 현대, 금성(현재의 LG) 등과 같은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배경으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당시에 국내의 대기업들은 전자산업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반도체에 주목하였고, 정부도 “반도체 육성 장기계획(1982∼1986년)”을 수립하면서 전자산업의 육성이 반도체 부문에 집중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전자제품에 널리 사용되는 반도체를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도체기술의 자립이 없이는 전자산업의 발전이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삼성의 경우에는 1982년 9월에 전담팀을 구성하여 사업계획을 마련한 후 1983년 2월에 첨단반도체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공표하였다. 당시에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반도체 중에서 어떤 제품을 개발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데 있었다. 삼성은 내부적인 수요도 중요하지만 그 자체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품목을 개척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비메모리 분야가 아닌 메모리 분야를 선택하였다. 메모리 중에서는 S램 대신에 D램을 선택했는데, 그것은 D램의 시장규모가 가장 크고 D램이 반도체기술을 선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삼성은 1983년 11월과 1984년 10월에 64K D램과 256K D램을 잇달아 개발하여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5년 내외로 단축하였다. 64K D램은 선진업체에서의 기술연수를 바탕으로 개발되었고, 256K D램의 경우에는 기술도입과 자체개발이 병행되었다. 삼성은 1986년 7월과 1988년 2월에 1M D램과 4M D램을 개발함으로써 선진국을 급속히 추격하였다. 1M D램과 4M D램의 경우에는 개발기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국내팀과 현지법인팀의 경쟁체제가 도입되었으며 전문성에서는 뒤졌지만 성실성으로 무장한 국내팀이 승리를 거두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삼성은 기존의 기술을 폐기하고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1M D램의 경우에는 N-MOS에서 C-MOS로 설계를 변경하였고, 4M D램에서는 트렌치 방식 대신에 스택 방식을 선택했던 것이다. 당시에는 선진업체의 견제가 강화되면서 삼성이 특허권 침해소송을 당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응하여 4M, 16M, 64M, 256M D램의 경우에는 산·학·연 협동을 바탕으로 독자적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가공동연구개발사업이 추진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1988년 이후에 삼성은 선례가 없는 무형의 목표에 도전했으며, 1990년 8월에는 16M D램을 선진국과 거의 동시에 개발하였다. 이어 1992년, 1994년, 1996년, 2001년에는 64M, 256M, 1G, 4G D램을 계속해서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특히, 삼성은 64M D램부터 두 세대의 신제품을 동시에 개발하는 공격적인 방식을 활용하였고, 256M D램부터는 차세대 기술을 현세대 제품에 적용하여 기존 제품의 성능 향상과 새로운 제품의 개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 삼성은 마이크로프로세서와 D램의 속도 차이를 줄일 수 있는 고성능 D램의 개발을 주도하였다. 이와 동시에 삼성은 생산제품의 다각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2003년에는 플래시메모리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부상하였고, 최근에는 융합 메모리와 다중칩을 통해 새로운 반도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은 메모리 분야에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고 재료와 장비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30년사≫ 1999
최영락·이은경 ≪세계 1위 메이드 인 코리아, 반도체≫ 지성사, 2004
신장섭·장성원 ≪삼성 반도체 세계 일등 비결의 해부≫ 삼성경제연구소, 2006